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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준법감시위 양형 반영은 법경유착의 시작”…시민사회단체·정치권 합동 비판
고희진·유설희 기자 gojin@kyunghyang.com
노동·시민사회단체와 국회의원들이 공동 성명을 내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기로 한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의 결정을 비판했다. 현직 부장판사도 이를 우려하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21일 낸 성명을 내고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를 명분으로 이 부회장 구명에 나선다면 또 다른 사법농단과 법경유착의 시작”이라며 “부회장 범죄에 대한 양형심리에 준법감시위원회가 결코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참여연대와 경실련이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34명), 정의당(6명), 바른미래당(1명), 민주평화당(1명), 민중당(1명) 등 의원 43명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삼성은 명망가들로 준법감시위원회를 급히 만들었다”며 “삼성이 진정한 반성을 통해 책임을 통감하면서 스스로 설치한 위원회가 아니기에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급조한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의 지배구조에 개혁적 결과를 담보할지 여부는 단기간에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들은 재판부가 관련 증거를 채택하지 않은 것도 비판하며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 등에 책임을 묻기 위해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증거인멸 등 연관 사건들의 증거를 종합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설민수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5기)도 지난 17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올린 ‘정준영 부장판사님께’라는 제목의 글에서 “준법감시위원회의 실제 효과는 낮을 가능성이 크다”며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의미를 가졌으면 한다”고 썼다.
설 부장판사는 삼성이 도입하려는 준법감시위원회는 한국의 사외이사(기업 외부의 비상근 이사가 기업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제도)와 가장 비슷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외이사가 회사 내부 정보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 부장판사는 “사외이사제도의 효능은 사외이사가 회사 내부의 사정에 정통할 수 있을 때 나타난다”며 “‘준법감시위원회’가 내부 정보에 어느 정도의 접근성을 가질지, 회사 비밀유지의무 등에 관해 얼마나 자유로울지 등에 관해 정해진 것이 없다면 아무리 화려한 면면이라도 실제 효과는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설 부장판사는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사의 분식회계 사건을 근거로 들며 “엔론사의 이사진은 사회적 다양성, 지명도 등에서 최강의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면서도 “대규모 회계부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내부고발자가 언론에 공개하기 전에는 (이사진도) 전혀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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